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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순식간에 나락으로

by ichirich 2023.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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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4개월 앞둔 현재...
 
담당하고 있던 그룹사가 인수합병을 이유로 사라지는 바람에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그룹사로 오게 되었다.
기존에 있던 그룹사보다 규모가 훨씬 커서 그런지 이곳의 업무강도는 체감 2.5배. 출근 시간도 1시간 30분이나 더 빠르다. 하지만 일이 많아서 정시에 퇴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업무 중에도 쉬는 시간은 거의 없고 퇴근 후, 주말에도 대응해야 하는 일이 많다(이런 업무 체계가 상당히 이해가 안되긴 함) 왕복 출퇴근 3시간을 쓰며 오다가다 보니 이제는 허리가 아프다.
 
포괄연봉제인 우리 회사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암암리에 OT를 찍고 팀장도 이를 용인하는 분위이기이다. 하지만 이곳은 정말로 야근을 해야만 OT를 찍을 수 있는 분위기이다. 옆에 있는 팀원들이 늦게 까지 고생하는 게 눈에 보이니 OT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눈치가 보인다. OT를 못 찍는 만큼 월급이 줄었다.
 
그리고 승진자 발표를 앞둔 오늘 발표된 2023년 나의 인사평가는 'B-'
보통 적절한 수준의 업무를 하면 B0를 받는다. B-면 폐급 직원까진 아니지만 저조한 업무 성과를 낸 사람에게 주는 등급인데... 3년전 대리 달고 팀원들 일괄 B- 주었을 때 받은 거 제외하면 처음 받아보는 등급이다.
이전 그룹사 담당자가 칭찬의 글까지 써주었고 커뮤니케이션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B- 등급이면 승진도 누락될 확률이 상당히 크다.
 
결혼식 앞두고 상견례, 촬영, 전세 계약 등등 큰돈은 계속 나가는데
월급은 깎이고 승진은 물 건너간 듯 보인다.
말 그대로 X됐다.
나의 파트장, 팀장은 내가 승진 대상자인지, 결혼을 앞두고 있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이건 사실 나도 내 인생에나 관심 있지. 다른 사람 뭐시깽이)
 
올해 지인들로부터 세 번의 이직 추천을 받았는데 이직보단 이 회사에서 승진이 낫다는 이유로 모두 깠다. 추천해줄 때 받을걸 그랬다. 다시 손을 뻗어줘 친구들! 
 
누구를 탓하리오.
 
일은 이미 벌어졌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앞으로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
 
이직, 팀 이동, 존버, 성공투자, 사업, 투잡 방법은 많고 난 아직 젊지 않은가 하하... 멘탈 잘 잡아보자.
사실 월급 깎이고 승진 누락되는 게 남은 70년 인생에 그렇게 큰 영향을 줄 것 같진 않다. 뭐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천운이라고 생각해야지.
 
인생.


<빌어먹을 회사에서 내려다본 서여의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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