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좋아했던 투자자, 유튜버, 스타트업 대표 돈깡의 책 <개장 전, 아직 켜지지 않은 모니터 앞에서>를 읽었다.
팬심으로 읽은 것도 있지만 더 맘에 들었던 것은 책의 제목이다. 수많은 경제 관련 서적들의 제목이 <돈의 OOO>, <부의 OOOO>, <OOO투자가 답이다>처럼 다들 비슷하다. 출판사의 입김인지 저런 제목이 대중에게 먹혀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은근히 거슬려 왔었는데 돈깡의 책 제목은 참으로 인문학적이다. 개장 전 모니터 앞에서 돈깡을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증을 품게 만든다. 표시 그림도 상당히 심플해서 돈깡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책 표지를 보면 투자 관련 책인지 모를 정도이다.
돈깡을 좋아하는 이유는 겸손하고 생각이 유연해서이다.
유튜브에서 자칭 트레이더라 불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겸손함과 거리가 멀다. 그들은 '무조건 간다', '무조건 떨어진다', '내가 이야기했지 않냐' 등 특정 종목과 방향성에 확신을 갖고 말을 뱉는다. 하지만 돈깡은 '무조건'을 경계하고 항상 본인도 틀릴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생각한다. 트레이딩 초기에 자신의 매매를 녹화하고 복기한 것을 보면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고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겠다. 또한 시장에 계속해서 머무르며 오래 투자하라는 마인드면에서는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들과 닮아 있기도 하다.
차트 패턴, 지표, 전문가의 전망 등을 맹신해서 답을 내리기보다, 자신의 분석과 시나리오에 기초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서는 생각의 유연함을 배울 수 있었다. 방구석 트레이더들이 999번 강조하는 차트에 대해서도 돈깡은 그것이 절대적인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는 매매 전 기업분석과 산업분석도 꽤나 꼼꼼히 체크하는데, 한 가지 특정 지표만을 가지고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펀더멘탈, 시장의 센티멘탈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세우는 모습에서 진짜배기 '트레이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동갑이라는 점만 빼면 나와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고 투자방식도 정 반대지만, 투자에 임하는 진정성과 겸손함, 끊임없는 자기 성찰은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재미있게도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내가 전업 트레이더의 책을 통해 교훈을 얻고 투자 철학을 견고하게 다지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어떤 투자 방식이던지 근본적으로 '나'를 먼저 이해하고 나만의 방식을 끊임없이 키워 나간다는 점이 통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업 트레이더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돈깡을 존경하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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