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 Shorts - 현대판 바보상자

어릴 적 TV는 바보상자라는 말을 들어보았다. TV를 계속 보다 보면 중독되어서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바라보고만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인데, 최근 유튜브 쇼츠를 보면 비슷한 생각이 든다. 10초 남짓한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되는데 생각 없이 보다 보면 한 시간이 뚝딱 지나간다.

 

팩트체크가 되지 않은 애매한 정보들, 각종 예능/드라마/영화 편집본에 나레이션 추가한 영상, OOO에 대해 몰랐던 10가지 사실들이란 주제로 근거 없이 양산되는 가십들, 기존 쇼츠를 또 재편집해서 생산된 영상 등 영양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무작위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영상 메들리의 중독성이 너무 심해서 끊기가 힘들다.

 

난 시간 축내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는지라 생각없이 유튜브 쇼츠를 계속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얼른 빠져나오는데 돌이켜 보면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괜히 호흡 짧은 영상에 익숙해져서 긴 영화를 보는데 지장만 주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다른 한편으론 대단하단 생각도 든다. 출퇴근길 사람들을 이렇게나 홀리게 만드는 플랫폼이 있었던가... 웹툰보다 더 하다. 웹툰은 내가 보고 싶은것을 찾아서 들어가는 수고를 들여야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유튜브 쇼츠는 정말 랜덤으로 영원히 뿌려준다. 아무 생각이 없으면 영원히 볼 수 있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