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외여행의 시대
곽튜브, 빠니보틀, 원지 등 유명 여행 유튜버들이 이끄는 여행 콘텐츠가 대세가 되면서, 대기업 방송사들도 앞다투어 여행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특파원 25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텐트 밖은 유럽 등 수많은 여행 방송이 쏟아졌고, 심지어 나 혼자 산다처럼 원래는 싱글 라이프를 다루던 프로그램에서도 여행을 주요 콘텐츠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흐름이 사람들의 여행 욕구를 자극했는지, 이번 명절 연휴 동안 해외로 떠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은 여행객이 200만 명에 달했다. 그야말로 ‘대해외여행 시대’라 할 만하다.
나 역시 정은이와 만난 이후 1년에 두 번씩은 해외여행을 다녔으니 적지 않은 횟수다.
그런데 해외여행이 대세가 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국내 관광지다. 해외여행 선호가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지만, 단순히 선호를 넘어 국내여행을 폄하하고 기피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내여행에 대한 편견
여론을 살펴보면 국내여행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 “국내 여행지가면 자국민 바가지 씌운다.”
• “비싸고 맛도 없다.”
•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놀거리/볼거리에 지쳤다.”
• “그 값이면 해외여행 가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 “제주도 갈 돈으로 일본 가지.”
물론 국내 여행지 중 일부가 과도한 가격을 책정하거나 서비스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명 관광지에만 머물면 어디든 물가가 비싸고, 현지인들이 주로 가는 지역으로 가면 가격이 합리적이다.
(일본, 베트남을 예로들며 “관광지도 싸다“ 라고하는 사람들 있는데 환율, 외식물가 차이 좀 생각해보자. 그렇게 따지면 미국, 스위스는 반대로 토나오게 비싸다.) 국내도 마찬가지로 조금만 발품을 팔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다.
또한, “해외는 무조건 새롭고 국내는 다 비슷하다”는 인식도 아쉽다. 해외가 이국적으로 보이는 건 낯선 환경이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충분히 다양한 자연환경과 문화가 있다. 예를 들어, 강원도의 깊은 산속 마을과 전라남도의 한적한 섬마을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고, 부산 해안가와 경북 내륙의 소도시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지닌다.
내가 경험한 국내여행의 매력
해외여행도 좋지만, 국내여행에서 얻은 감동도 결코 적지 않다.
• 하동 – 푸른 녹차밭과 감성적인 녹차 카페
• 광양 – 중공업 도시 특유의 분위기와 맛있는 간장게장
• 영월 – 5일장에서 먹은 인생 통닭, 다슬기 해장국, 양미리
• 군산 – 남아 있는 일본식 건축물,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깊은 맛의 소고기 무국
• 부안 – 웅장한 채석강과 백합죽, 그리고 오래된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
• 제주 – 오름의 여왕 다랑쉬 오름에서 내려다 보는 절경
이런 경험들은 해외에서도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특별한 순간들이었다.
여행의 본질은 경험이다
국내여행이 무조건 비싸고 볼 게 없다고 단정짓기 전에, 우리가 정말 다양한 곳을 가보고 경험해봤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결국 여행의 본질은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내든 해외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면 어디에서든 특별한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나는 “국내여행 좀 가주세요”라고 강요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다만 해외만이 정답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국내여행의 가치가 과소평가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나 역시 해외여행을 자주 가지만, 국내만의 매력 또한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되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저번주에 제주도 다녀와서 다들 해외갈때 국내 여행했다고 잘난척 하는거 아니다. 불과 두 달 전에 하노이 갔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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